상세정보
‘오감의 투영’
2025년 하반기 기획공모 선정작가전
2025. 07. 30 (수) ~ 2025. 08. 05 (화)
1. 전시 개요
■ 전 시 명: 2025년 하반기 갤러리 도스 ‘오감의 투영’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최현진 ‘Hue After Hue'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F)
■ 전시기간: 2025. 07. 30 (수) ~ 2025. 08. 05 (화)
2. 전시 서문
겹으로 채워지는 감정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개인마다 전부 다양하다. 일상이라는 언어 그대로 반복되는 하루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일관적인 풍경을 새롭고 즉흥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기계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끽할 수 있다. 최현진 작가는 감정이 일렁이면서 머무는 내면의 감각에 집중하여 작업한다. 의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찰나에 사라지는 주변의 것들은 작가의 시선에서 특정한 모습으로 포착된다. 포착된 대상은 그 순간 남다른 무언가로 정의되고 작품에서 복합적인 레이어로 전환한다. 불분명한 경계 위에서 투명한 상태로 덧대어지는 감정의 필터들은 경험의 흔적과 감정이 지나간 자국으로 존재한다. 층층이 쌓이는 겹은 물질적 표면 너머 비가시적인 추억을 회상하는 역할을 하면서 지난 일들로부터 접했던 무수한 감각의 흐름을 상징한다.
다가올 미래는 사전에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일상에서 지나치는 모든 것들은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언제 어느 때를 미리 알 수도 없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순간을 갑작스레 경험한다. 불시에 오감을 자극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 머물렀던 공기와 온도, 자신을 감싸는 모호한 기운에 빠져들게 된다. 작품은 정신과 육체에서 입체적으로 느꼈던 감정을 2차원으로 조성하여 진행된다. 2차원이 3차원이 되는 보편적인 단계에서 외려 역순을 거치는 작업은 해당 순간에 몰입할수록 물체와의 거리감과 원근을 배제한, 즉 현실성이 무뎌지는 것 같은 초자연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마치 공간 안의 모든 것들이 시각을 조직하듯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면서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경험을 자신만이 감지할 수 있는 고유한 것으로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에서 빛의 유동성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빛이 남긴 잔상을 여과하여 보여준다. 레이어들은 걸러지고 또 남겨지면서 누적된 층 위로 점점 평면화된다. 납작해진 표면은 하나의 통일된 프레임 안에서 존재하며 중복되는 형상 속 여러 감정들을 직면할 수 있다. 다양한 색조로 씌워지는 필터는 구석구석 자리했던 빛의 흔적을 다각도로 내포하고 있다. 작품의 색감은 화면에 색을 억지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자각했던 감정의 결을 자연스럽게 물들인 결과로 나타난다. 염색이 되게끔 만드는 부분과 염색되지 않도록 의도하여 진행함으로써 밀도를 순차적으로 높인다. 단계적인 층은 그날의 분위기와 감수성을 다시금 상기할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품은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꾸려지는 과정에 맞추어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담백하고 투명한 표현 기법은 어느 한쪽의 감정도 덮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 섬세함이 드러나 있다.
감정의 세밀함을 살피려는 시도는 단순히 화가 나거나 슬프고 행복하다는 결과로써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항상 이상적이지만은 않지만, 반복되는 하루에서도 분명 아름답고 인상적인 순간이 있고 그때를 오롯이 내 안으로 스며들게 하는 일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기록이 된다. 감정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 한번 뇌리에 포착되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밝히는 과정은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외부의 세상과 내면을 연결하고 자아의 안팎이 교류하면서 만들어지는 화면은 끝없는 감각의 교차 지점을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품을 통해 고요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 보기를 바란다. 흐름의 끝에서 작가가 공유하는 감각적 일렁임을 만나 보기를 희망한다.
Where it once was
gouache, acrylic on cotton, 162.2×130.3 cm, 2025
The afterglow in pink
gouache, acrylic on cotton, 162.2×130.3 cm(2연작), 2025
Almost morning
gouache, acrylic on cotton, 52.5×72.5 cm,2025
Deep viridian hour
gouache, acrylic on cotton, 60.5×72.6 cm, 2025
붉은 온기의 흔적
gouache, acrylic on cotton, 144.5×111.9 cm, 2025
Sheer 07
gouache on cotton, dyed silk, 33×23 cm, 2025
3. 작가 노트
Hue After Hue
나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의 잔상을 포착한다. 그 감정들은 시간에 걸러지고, 경험에 겹쳐지고, 기억에 스며들어 결국에는 나의 시야에 얇은 필터처럼 드리워진다.
이 필터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감각의 장치가 된다. 빛은 번지고, 실루엣은 흐려지며, 감정은 구체적인 형상이 아닌 겹쳐진 흔적으로 떠오른다. 나는 그 흔적들을 따라가며 더 이상 뚜렷하지 않은 경계선 위에서 새로운 장면들을 다시 쓴다. 현재에서 과거로, 공간에서 평면으로, 안에서 밖으로, 경계에서 겹으로. 이러한 애매하고 흐릿한 지점들은 오히려 더 진하고 선명한 감각을 이끌어낸다.
눈의 여과장치를 통해 본 세상의 실루엣을 하나둘씩 떠내어 흐름을 그린다. 일상생활 중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이 드는 순간을 몰입해서 보다 보면 어느 하나가 중요하지 않고 모든 부분들이 한 번에 눈에 들어오게 된다. 배경과 대상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프레임 안에 한꺼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평평하고 납작해진다. 이때에는 원근감이 있는 3차원이 아닌 2차원의 플랫한 평면으로 느껴진다. 배경에서 대상으로, 뒤에서 앞으로, 공간에서 평면으로의 유동적인 움직임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우연한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준다.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상생활에서의 시선에서 빛이 만들어내는 실루엣을 떠내어 나만의 렌즈로 프레임 안에서 필터링한다. 이를 통해 걸러진 레이어들은 한 겹 한 겹 납작해지고 결국 하나가 된다. 이렇게 색과 결을 쌓아가다 보면 겹쳐지는 잔상의 흔적이 보일지도 모른다. 투명한 레이어 속에서 빛이 머물고, 흐름이 지나가는 순간을 담고 싶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색으로 필터를 씌운 듯 감정의 여과 장치를 통해 걸러진 여러 개의 실루엣들이 중첩된다. 이 과정에서 색은 칠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위에 염색하는 느낌이 든다. 다양한 색으로 물들이고 또 어떤 부분은 염색이 되지 않게 방염한다. 이는 원단 위에 안료를 염착시켜 다양한 형태의 무늬를 만드는 날염의 기법으로 느껴진다. 염색의 과정은 염료를 섞지 않고 한번 한번 순차적으로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물들인다. 이와 같이 일상생활 속 찍어둔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그때를 떠올리며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색을 선택하여 팔레트에서 색을 섞기 보다 화면 위에 겹겹이 레이어를 쌓는다. 이는 염색의 결과처럼 색의 맑고 투명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 그림은 겹의 풍경이다. 스쳐간 감정의 틈, 빛이 머물다 흐른 자리, 무언가와 무언가 사이의 흐릿한 경계들.
겹의 화면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감정과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그 세계를 감정이 물든 결로, 투명하게 겹친 시선으로 더듬는다. 층층이 쌓여가는 색과 흔적은 나의 안과 밖을 잇는 무언가가 되어 한 겹씩 화면 위에 스며든다. 명확하지 않아도 그 흐름 안에는 분명한 감각이 있다. 나는 그 감각을 따라가며 또 하나의 풍경을 직조한다.
4. 작가 약력
최현진│CHOI HYUNJIN
e-mail: jin95621@gmail.com
학력
2025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원 동양화 전공 재학
2021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동양화 전공, 섬유.패션학부 섬유예술 복수 전공 졸업
2014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개인전
2025 Hue After Hue, 갤러리 도스, 서울
그룹전
2024 Triangle Scene,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길
2020 Heim,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19 Undisclosed, 갤러리이즈,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