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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 개인전: 틈새(Inter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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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혁 개인전
‘틈새(Interstice)’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는 “보는 사람과 보이는 것 사이에는 감각이 살아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바로 그 감각의 틈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흔히 어떤 대상을 분명히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익숙한 시선과 생각의 틀 속에서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틈새(Interstice)’는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잠시 멈추고, 정말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이 혁 작가의 작품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화면은 마치 망처럼 촘촘하게 짜여 있고, 이미지들은 그 틈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야만 형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이 보이는가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해진다.

작품 속 색과 결은 마치 직물처럼 얽혀 있다. 하나의 풍경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고, 그 안에는 또 다른 이미지가 겹쳐진다. 관람자의 시선과 위치, 감각과 해석에 따라 보이는 형상도, 떠오르는 의미도 달라진다. 이러한 구조는 관람자가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감각하고 해석하며 ‘참여’하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중심과 주변, 본질과 사소함의 경계는 흐려진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이미지나 색의 결이, 어느 순간 시선을 끌고 중심이 되기도 한다. 마치 길가에 자란 풀 한 포기가, 어떤 이에게는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이 전시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던 것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틈새는 눈에 보이는 형상만이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흐름과 감정의 진동, 그리고 인식이 만들어지는 순간들을 따라간다. 익숙한 것들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틈, 그 작은 여백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자라듯 새로운 시선이 태어난다. 

‘틈새(Interstice)’는 그곳을 바라보는 전시다.




Aphelion (먼 끝에서) _ 2024_Acrylic on canvas _ 91.0x116.8cm


Drifted Orbit(떠도는 궤도) _ 2025_Acrylic on canvas _ 97.0x162.2cm


Orbit of Proximity(닿을 듯한 궤도) _ 2025_Acrylic on canvas _ 112.1x162.2cm



■ 전시 개요

전시 명; 이 혁 개인전 ‘틈새(Interstice)’
기간; 2025. 8. 8(금) - 9. 7(일)
시간; 수~일(11A.M.~5P.M.) /월, 화 휴관
장소; 마리나 갤러리(tel.031-915-8858)/@marina_h_gallery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로817 레이킨스몰 260호(백화점2층 연결통로 앞)
주차; 레이킨스몰, 현대백화점킨텍스점 공용/무료주차




스르르 I _2024_ Acrylic on canvas_ 53.0x45.0cm


스르르III _ 2025_Acrylic on canvas _ 33.2x24.0cm


윤슬_ 2025_acrylic on canvas_22.0x27.5cm



■ 작가약력

이 혁(李赫, Hyuck Lee)

2006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2002 한남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5. 8.        제16회 개인전 마리나갤러리
2005~2025  개인전 총15회

기획전 및 단체전 
2000~2025 총 37회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 II _ 2025_Acrylic on canvas _ 40.8x27.2cm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III _ 2025_Acrylic on canvas _ 33.5x24.5cm


틈새기(Trace in the Crevice)IV _2025_ Acrylic on canvas _ 45.5x38.0cm


후드득 I, II,III_2024_ acrylic on canvas_ 40.9x31.8cm(each)



■ 작가노트

도시의 인도를 걷다 보면, 콘크리트 틈 사이로 고개를 내민 풀 한 포기가 눈에 들어온다. 누구에게는 그저 무성하게 자란 잡초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무심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조용한 생명이다. 그렇게 쉽게 잊히고,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존재들이 있다. 눈앞에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 없는 것들.

우리는 보통 중심에 놓인 것에만 주목한다. 강렬한 것, 명확한 것,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것. 하지만 삶의 많은 순간들은 오히려 그 경계와 틈에서 시작한다. 조용히 자라나고, 흐르고, 스며드는 것들. 그렇게 한 존재의 형체는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감각의 여운처럼 어딘가를 맴돌며 스쳐 지나간다.

최근 작업은 바로 그 틈에서 시작되었다. 겹겹이 스며든 색과 흐름, 그리고 유기적인 곡선들이 화면 위를 가로지른다. 그 안 어딘가에는 희미한 형상이 숨어 있다. 마치 수면 위에서 물속을 들여다볼 때처럼,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들여 머물고 바라보면 그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기도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누군가의 내면을 이해하려 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겉모습만으로는 쉽게 파악되지 않고, 오랜 시간과 관심,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그 사람만의 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면 안의 색과 형태도 마찬가지다. 경계를 가지지 않고 서로를 넘나드는 색채들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 흐름 속에서 고유한 리듬을 만든다. 감정이 그렇게 천천히 풀려나가듯, 화면 위에서도 시간에 따라 감각이 서서히 변화한다.

이 작업은 단순히 무엇을 묘사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것들, 혹은 보려고 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것들에 대한 작은 사유에 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이야 말로 가장 섬세한 감각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감각은 어느 날 문득, 스르르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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